[사설] 주가 상승 원동력은 언제나 실적과 펀더멘털

입력 2024-02-02 17:55   수정 2024-02-03 00:44

주가순자산비율(PBR) 테마가 증시를 달구고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가 장부가보다 낮은 이른바 저PBR 기업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강화하도록 상장 기업을 압박해 증시를 부양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국내 상장주 평균 PBR은 작년 말 1.1배에 그쳤다. 상장사 시가총액이 회사 청산가치를 간신히 웃돈다는 의미다. 미국(4.6배)은 물론 일본(1.4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의 새해 첫 달 성적이 글로벌 주요국 주가지수 중 꼴찌를 기록한 것을 ‘저평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건 악화하는 기업 실적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영업이익은 38% 급감했다.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서도 주요 상장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상장사의 절반에 가까운 42%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라는 암울한 분석도 있다. 민간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경제 체질도 악화일로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분기 연속 0%대를 이어가며 저성장의 늪에 단단히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 활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작으로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대책을 연이어 내놨지만 힘을 못 쓴 이유다.

주가를 견인하는 진정한 힘은 기업 실적과 펀더멘털뿐이다. 일본 증시가 연초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불장’을 연출한 배경에도 탄탄한 기업 실적이 있다. 절치부심 확보한 기술력에 엔저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까지 가세해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자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든 덕택이다. 해외 경쟁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딥테크 등 미래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마당에 벌써부터 배당과 자사주 소각 확대를 기대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쟁력 향상과 이익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주주환원 확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섣부른 단기 부양책은 또 다른 거품을 야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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